10/6 오사카 합격했어요

22 2018.10.27 조회: 2232

2018/10/06 오사카 PASS 두번째 시험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의 첫 시험도 한번 해보지 뭐. 떨어져도 경험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치뤄졌습니다. 밖에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초조했던 것 같아요. 문제도 제대로 읽지 않고, 여러 번 고민하지도 않고 그냥 풀어나갔습니다. 풀었다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로 찍어나갔어요. 당연히 FAIL. 아직도 피어슨뷰 Exam historyTAKEN으로 찍혀있답니다. “떨어져도 경험이다.”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그대로 제게 두려움으로 돌아왔어요. 과정이 어찌됐던 한번 실패를 맛보니 섣불리 다시 도전하기가 망설여지더군요. 그렇게 NCLEX 2014년 겨울에 마음속에 불편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저같은 마음으로 시험치지 마세요ㅜㅜ

서류 등록하고, 시작은 했지만 끝을 맺지 못한 시험은 계속해서 잊을만하면 생각나고, 생각나고 정말 갚지 않은 빚처럼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또 막연하게 서른 전에는 따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놈의 병원이 이제 저를 너무 몰아세워서 병원으로부터의 탈출구가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보낸 서류가 5년밖에 뉴욕에서 보관이 안된다고 하네요? 지나면 다시 공증받고 서류보내고 해야된대요. 당장 내년 초면 내 서류가.... 그래서 2018년 올해 안에는 꼭 따자! 라고 생각을 하고 올여름부터 강의를 듣기 시작합니다. 3개월 문제풀이, 1개월 우선순위. 9월에 시험을 등록했어요. 떨어지면 10, 11, 12월 계속 볼 생각으로요. 근데 간사이공항이 물에 잠겨서 9월에 못 가게 됐어요. 호텔 취소하고.. 항공 취소하고.. 한달의 시간을 더 벌었다는 생각과 함께 맥이 풀리면서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106.. 또 무슨 태풍이 온다네요. 또 폐쇄될 수도 있대요. 갈까.말까 엄청난 고민이었습니다. 여행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12일 하루 다이이치 호텔.

갔어요. 출근하지말지 뭐. 될 대로 되라. 호텔에서 1.. 밤샜어요. 잠이 안 오는거에요. 시험이 다가오는데 잠이 안 와요. 정말 말그대로 날밤을 깠습니다. 몽롱하고 속도 안좋은 상태로 바로 옆 건물 시험센터로 갔어요. 2014년에 왔던 곳.. 아침 먹으면 잠 올까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다이이치 호텔 1층 스벅에서 달달한 아이스모카 한잔을 샀어요. 비는 또 왜 와.. 그냥 잠을 못 자서 망했구나 싶었어요. 컨디션 최상이어도 불안한데.. 제일 먼저 가서 구석에 앉았어요.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요. 75문제~100문제 사이에 결판내는 게 계획이었어요. 75문제가 넘어가니 아 그래도 이놈이 붙일지 말지 고민은 하고 있구나. 이제부터 무조건 다 맞아야 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했어요. 75문제에서 꺼지면 그게 더 불안하고 속상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100문제가 넘어가고.. 150문제가 넘어가고.. 이렇게 문제 많이 풀면 떨어진댔는데... 하는 생각과.. 하나 둘 시험장을 빠져나가는데 혼자 구석에서.. 눈물 나는 줄 알았어요ㅜㅜ 시험치고 돌아와서 합격게시판 보고 그때 나가셨던 분이시구나.. 부럽다.’ 생각했어요… 188문제.. 189문제.. “합격 안 시켜줘도 되니까 나 좀 나가게 해줘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날려 풀었어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군요. 그렇게 .. 189문제 답을 클릭하는 순간.. 오른쪽 상단에 남은 시험 시간이 00:00:00로 제 컴퓨터는 로그아웃 됐어요. 시간부족으로요..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서 좀 울었던 것 같아요. 오사카 쪽으로 머리도 두지 않을 정도로 너무 화가 났어요. 떨어뜨릴거면 빨리나 떨어뜨리지 6시간동안 왜 잡아 둬 힘들게. 그렇게 지쳐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간부족인데. 그래서 아무 확인도 안했고. 하고싶지도 않고, 12월에 볼까 말까. 너무 지쳐서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그런데.. 25일즘 집으로 DO NOT BEND AND FOLD라고 써 있는 커다란 서류봉투가 뉴욕주로부터 온 거에요. 2014년에 떨어졌을 땐 그냥 편지봉투가 왔었는데요. 무서워서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제야 피어슨뷰에 들어가서 유료결제를 해서 결과를 확인해봤어요. [PASS] 그렇게 저는 합격하게 됩니다 원장님께 여쭤보니 시간부족으로 컴퓨터가 꺼져도 붙는 경우가 있대요. 아마 흔치는 않겠죠?  그래서 이렇게 합격수기가 늦었어요. 저는 아직도 몰래카메라 같고 실감이 안나요 사실. 미국간호사 협회에 이름을 검색해서 이름이 나와도. 면허증이 내 눈앞에 있어도. 피어슨뷰에 PASS라는 단어가 있어도! 붙었다는 사실을 믿겨지지 않아요. 실수로 줬다가 뺏어갈까 불안 할 정도에요.

문제 풀고 나와서 무슨 문제가 나왔나 생각해보니 백지상태에요. 어떻게 그렇게 다들 기억을 잘해서 나오시는지 신기할 정도에요. 150문제 넘어갈 즈음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단어와 문제들이 절 괴롭혔어요. 정말 뒤로 갈수록 최악인 시험은 맞는 것 같아요. 드래그조차 간호술기에서 안나오고 이상한 곳에서 나왔어요. 내가 공부한 건 보호장구 착용이랑.. 벗는거랑.. 뭐 드레싱 바꾸는 거 L tube 이런 거 였는데.. 문장 중에 한 단어도 해석 안되는 그런 이상한 드래그 문제였어요. 100문제까지는 4개월간 강의 들으면서 한번씩은 들어본 질환명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건 심장 쪽에 문제가..” 이런식으로 유추해서 문제를 많이 풀었어요. 그러니 강의 꼭 꼼꼼하게 들으시고, 혹시나 원장님이 가볍게 지나가는 진단명이라도 뭔지는 꼭 한번 다시 보세요. 생각보다 대세라는 내분비계, TKA, 우선순위.. precaution, SSRI, eclampsia는 많이?거의 안 나왔어요. 그래도 1문제씩은 꼭 나온 것 같으니 알고 가야될 것 같아요. 50문제 까지는 SATA문제도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와서 좀 불안했던 것 같아요. 너무 틀리고 있어서 SATA문제도 안 주는구나 싶었어요. 심지어 SATA문제를 세 번 연속으로 풀고 꺼지면 합격이라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두번까지 연속으로 풀고 다시 답 1개인 문제로 넘어가고를 반복했습니다. 피가 말랐어요.=_=... 고혈압약중에 부작용이 기침이었던 약! 그게 세번인가 나왔어요. 약물에 약하고 기억도 잘 못하는 제가 시험 전에 본 게 딱 나왔거든요.. 또 기억의 저편으로 벌써 사라져서 prill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아요.... 그리고 mega-colon이 특징인 소아 질환? Enema랑 간호에 대해서 나왔어요. 히치스프렁?인가.. ESRD식이나왔는데 밀크, 에그, 치즈, 사과의 시대는 간 것 같아요. 여기도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이. 꼭 하나씩은 high K 끼워서 나오더라구요(스모그, 그릴 이런 거 확실하게 구분 하시는 게 좋으실 것 같아요.). 계산 문제 2개 풀었어요. 답이 하나는 cc/hr 이었고 하나는 gtt/min?hr?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hernia중에 inguinal 쪽에 생기는 거 말고 esophagus 쪽에 생기는 거 간호도 나왔어요. typical psycho medi NMS랑 EPS증상 비교하는 거 나왔어요. "약물 복용 후 나타날 수 있는 다음 중 EPS 증상은" 이런식으로요.  ekg문제 4개정도 풀었는데 brady랑 그냥 sinus tachy,  bigeminy 약물, 원인 나왔던 게 기억나네요. 기억나는대로 추가로 계속 적을게요

질문방에서 합격수기방으로 같이 강의 듣던 선생님들 닉네임 옮겨가는 걸 보면서 항상 부러워만 했는데 ㅠㅠ 때려치고 싶을 때마다 강의중에 동기부여 말씀해주셔서. 제가 느슨한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원장님. 올해 안에 찾아뵙겠습니다. 제가 붙은 건 그냥 순전히 운 같아서 준비하시는 분들께 드릴 말씀이 없네요. 모두 행운을 빕니다. ㅠㅠ 삼교대 하면서 근무전, 근무후에 카페에서 죽치고 있었던 시간들이 생각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6시간 꽉 채워도 자리를 못 뜬 제가 불쌍해서 붙여준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아이엘츠냐, 프랭클린이냐 원장님과 올 겨울에 상담해서 결정해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우미
2018.10.29
셈 축하드려요. 셈 실력이 얼매나 좋은데 무슨 운이 아니고 실력으로 합격하신거고.ㅎㅎ 절대 우연아닙니다. 너무 겸손하셔서 제가 도리어 죄송하고 미안하고.. 고생시킨 죄가 하늘 땅 만치 밀려옵니다만. 그래도 셈의 지혜로 pass덕분에 그냥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문제풀면서 셈의 은혜 고이 고이 새기면서 셈처럼 고생하지 않도록 저도 열심히 강의하겠습니다.얼릉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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